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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벗어나기
우울증을 분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은 우울증 체험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일이다. “우울증에 걸리면 아무런 즐거움도 흥미도 없다. 기운도 용기도 나지 않는다. 감정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도 만나지 않게 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삶이 텅 빈 것 같다. 삶 자체가 사라지거나, 멈춰 서버린 것 같다. 존재가 억압받는 것 같다. 살아 있으나 죽은 것 같다.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 없다. 그들은 우울증을 영적 마비나 어두운 밤으로 묘사한다.
다니엘 헬은 우울증을 대할 때 두 가지에 주의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우울증의 원인이 모두 과거에 있다고 보고 과거를 청산하려는 태도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부정적으로만 체험하기 때문에 “과거를 너무 성급히 정리해버리면, 지금까지 걸어온 인생을 은폐하게 되고 죄스럽고 수치스럽게 여기게 된다. “
둘째 위험은 우울증을 불면증이나 식욕부진, 사고 저하, 집중력 감퇴와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치부하는 태도다. 그래서 우울증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헬에 따르면 자신이 체험하는 우울증을 가만히 살펴보고, 그 의미를 깨달아, 삶에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무엇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우울증이 불청객이나 더러운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밀쳐 내려고 한다.“
우울증이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이물질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울증으로 겪게 되는 온갖 체험을 이해하고 삶에 받아들일 수도 있다. 우울증은 언제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한다.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우울증은 규범과 척도를 되돌아보고 인생의 신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에게 적합한 약치료나 정신의학적 심리학적 도움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영적 방법도 치유에 도움이 된다. 성경에서 발견한 우울증의 전형과 그 치유 과정은 영적 방법으로 우울증을 치유하는 길을 보여 준다. 영적 치유는 우울증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우울증이라는 병을 영적 여정에서 만난 ‘기회’로 여기고 우리의 영성에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우울증은 더이상 우리 인생 전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울증을 대할 때 필요한 것은 겸손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물론이고 치료사와 성직자에게도 필요하다. 드물지만,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것이 우울증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과 무관하다기보다 다른 인간적인 방식으로 우울증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평생의 숙제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느님에게 향하는 길은 우울증을 피해서 돌아가지 않는다. 곧바로 통과해 간다. 우리는 모두 우울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우울증을 놓아 버릴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놓아 버릴 수 없다.
먼저 우울증과 화해하고 친해져야 한다. 그러면 우울증이 힘을 잃는다. 그리고 동반자가 되어 우리를 끊임없이 자극할 것이다. 우리가 진실한 삶을 살아가며 깊은 근원에서 힘을 얻어, 마침내는 하느님의 사랑에 온전히 따르게 할 것이다.
나는 병자들이 예수에게 도움을 청하는 치유 이야기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그들의 병은 우울증이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울증이 치유 이야기의 주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우울증이 흔히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예수가 병자를 대하는 방식과 병자에게 사용한 ‘치유법’을 우울증과 관련해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정한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성경의 치유 이야기는, 우리가 느끼는 불쾌한 감정을 예수 앞에 내어놓으며, 우리를 치유하고 기분을 변화시켜 주십사 청하라고 요구한다.
절대로 예수는 고통 없이 병자를 치유하는 마법사로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예수는 병자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직면하게 한다. 자신의 본모습을 직면하게 한다.
자신의 본모습을 직시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럽다. 예수가 병자에게 다가가 그들을 치유하는 방식을 보며 우리는 자신의 우울증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치료사와 성직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을 대하는 법을 깨닫는다. 예수가 병자들과 함께한 길은 우리에게도 치유의 길이다.
(안셀름 그륀 ‘우울증 벗어나기’ 이민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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