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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의 반사

작성자
최재완
작성일
2021.09.08
첨부파일0
추천수
1
조회수
41
내용

선 기본

 

기 심리적 불안감

 

승 공부 면접 압박감

 

전 상담

 

결 합격

 

<비바람 속 빛반사>

 

저는 약 3년전 큰 사고를 겪게 되었고 사고 후 오랜 시간 병원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가족의 험난한 고생과 주변의 따사로운 도움을 받아 조금의 건강을 찾게 되었고 완벽한 건강은 아니었지만 작년에 퇴원하게 되었습니다장애인이라는 이름과 함께 말이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그것이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세상에 완벽한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신이라 부르는 그 누군가겠죠하지만 저는 어리석게도 아픈 나의 몸이 완벽하게 나아질 거라고그 누구도 내가 장애인인 것을 모를 만큼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욕심이 가득 찬 비바람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완벽하게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비해 늦어지는 신체적 회복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나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찢어지는 마음의 고생을 하였을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인하여 밝게 웃어주는 가족에게 나의 웃음을 보여주기 어려워하다 웃고 또 울고 그러기를 반복했습니다이제는 몸보다 가슴에 있는 고통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습니다이렇게 좋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라는 생각이 들다가 마음으로 사죄하기도 했습니다가슴에 담아 두었던 비바람이 눈물로 흘러 내리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며 제가 안쓰러웠는지 편의점을 운영하던 사촌형이 저를 매장에서 단순히 카운터를 보면서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아직 신속하게 움직이기 힘들었던 저의 몸을 배려해 신체적으로 위험한 작업을 모두 배제하고 근무 시간도 조정해 주었죠.

 

하지만 가족에게 보태주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생각과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시간동안 업무를 하고 더 많은 돈을 가족에게 줄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에 마음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그때 학교 후배가 찾아와 저의 마음을 다듬어주며 공무원시험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었습니다저는 "그토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공무원시험을 어떻게 다시 공부를 하여 합격하겠냐"라고 대답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그러자 후배는 학원 수업을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불합격하면 합격할 때까지 다시 결제하지 않고도 수강을 할 수 있다며 조언이 아닌 추천을 해주었고할 수 있으니 생각해보라 웃으며 떠났습니다.

 

후배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난 나인데진짜 마지막이라도 좋으니 가족 웃음에 합격이라는 웃음으로 답변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지만 내 노력이 완벽에 가까운 곳에 있다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얼핏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아직 오지 않은 실패한 미래의 두려움을 애써 떨쳐내며 결심을 했습니다그리고 단돈 몇 푼일지라도 가족에게 내밀 수 있는 편의점 급여를 배제할 수도 없었기에 편의점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 공부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하지만 다짐을 하고난 후에도 출퇴근하면서 내가 공부와 아르바이트 둘 다 실패하면 주변 사람들의 실망은 얼마나 될까불합격과 매장 업무의 손실을 함께 겪을 수도 있는 이 방법이 과연 옳은 것인가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모든것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뇌병변인데 내 뇌가 과연 공부에 도움이 될까 하는 고뇌가 단 하루도 끊기는 날은 없었습니다비를 가득 품고 있는 먹구름 사이로 햇빛이 보일듯 말듯오락가락하는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함께 하던 중에 행운으로 필기시험에 합격을 하였고 추후 일정에 대한 공고를 읽었을 때 필기시험 합격이라는 즐거움보다 면접이라는 일정의 압박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공부는 혼자서라도 할 수 있고쉬고 싶을 때엔 쉬었다가 다시 하고어려우면 두번 볼 수 있으며 떨어지면 다시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등 극복의 방법이 무한으로 있는 것이지만 면접은 다르다는 생각과 단 한번의 말 실수와 생각행동의 차이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게다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아직은 다 사라진 것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억눌린 두려움이 저의 가슴을 덮쳐오기 시작했습니다그간 억누르고 있던 빗물이 가슴 밖으로 나와 내 머리 위에서 다시 흘러 내릴 준비를 하는 것만 같은 심리적 불안감이 느껴졌습니다두려움이 거듭 쌓인 심리적 역정이었습니다그러다가 문득 나는 운도 좋고 그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도 왜 이리 겁쟁이인가왜 '나는 장애인이야'이라는 생각을 스스로 세뇌하고 있나 하고 고민을 하던 그때 며칠전에 받았던 문자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경기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라는 이름의 문자였습니다처음 보았을 때엔 '그 누가 장애인인 나의 능력을 쉬이 인정해주겠는가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그러다 읽어본 문자 내용 중에 심리적 상담이라는 부분이 떠올랐고 바깥 높은 곳의 바람도 쐴 겸 운이 좋다면 면접에서 잘보이기 위한 나의 대안이 무엇인가 조언도 들어볼 겸심리적 안전을 찾아보기 위해 방문을 하였습니다솔직하게 첫 방문은 그저 면접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보고자 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것이 목표였습니다.

 

다행히 저는 타인과의 대화와 만남을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상담원님과의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마음 나눔의 즐거움과 편안한 위로를 받게 되었습니다.

 

 

 

첫만남에서는 센터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어떻게 만남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그렇게 대화를 하면서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장애인을 위한 센터의 목표와 계획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습니다단 한번의 만남으로는 모든 것을 알 수 없기에 몇번의 방문을 하였고 그러면서 장애인으로서 나의 긍정적인 모습이 무엇인지나의 장애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섬세히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장애라는 편파적인 시선 뒤에서도 빛의 힘이 되어주는 상담을 하면서 매주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한번 더 해볼 수 있었습니다장애인이라는 단어로 인해 나 자신을 한단계 낮추고 있었던 내 모습을 바라보며 장애인이라는 이름보다 내 이름 최OO가 더 중요하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장애인이라는 단어는 그저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커튼인 수식어일 뿐이다저 커튼 뒤에 인권능력존재감 그리고 그것을 일깨워주는 센터라는 햇빛이 비춰지고 있음을마음이 급해 그 틈새를 잘 보지 못할 뿐.

 

센터에서의 상담과 대화로 인해 제 자존감과 심리적 안정감은 조금씩 좋아졌지만 그것을 한번에 알 수는 없는 것이겠죠제가 그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순간은 상담의 큰 도움 덕분에 면접시험을 겪을 때 소신있게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면접을 수행하였다는 긍정적인 느낌이 가슴에 남아 있으며 며칠 뒤에 발표가 된 최종합격자 명단에 저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때였습니다.

 

'장애인이라는 아직은 차가운 비바람에서 저처럼 많은 분들이 삶에서의 차별과 심리적 압박감그리고 우울함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하지만 장애인근로자지원'이라는 문장에서 저는 우리 장애인 모두 세상의 한 일원으로 동료가 될 수 있고정당한 일원으로 인정받고 그렇게 함께 되기 위해 밝은 도움의 햇빛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나'의 모습이 아니라 완벽한 조언과 사랑의 마음을 받으니까요.

 

비바람에 젖을 수도 있는데 왜 오르기를 바랬는지 물으신다면 옥상에 오르는 것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고그저 저 커튼 뒤 햇빛을 마주치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할게요.

 

힘든 계단 어찌 올랐느냐 물으신다면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커튼 틈으로 보여지는 빛의 반사가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경기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라는 이름의 빛반사.

 

                                                             完         2021.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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